베이스작업 과정을 틈틈히 촬영하니 7시간 40분 분량이 나왔다. 편집없이 전과정을 40배속으로
압축시키니 20분정도로 줄어졌다.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내용을 보면 알지만 계속해서 평붓으로 물감을 칠하고 또 칠하고 센드페이퍼로 깍아내고
또 깍아내고, 뜯어내고 또 뜯어내고... 계속 반복되는 영상이다. 다 보고나면 좀 허탈하다.
중요한 것도 아닌데, 뭐 저렇게 까지...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내 작품에 조금이라도
정성을 다 하자는 심보이며, 천년전 우리 선조 도공들의 애틋한 삶을 기리고, 되새긴다.
천년 전 그토록 어렵게 손이 갈라지도록 흙을 만지며 당신들이 이루어낸 청자가 지금에 와서는
국보가 되고 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영혼이 만약에 있다면 내 나비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차디찬 물감을 어루만지며 갈아내는 나의 행동은 영혼을 달래기 위한
레퀘엠이요, 살풀이 퍼포먼스이다.
<작가노트 2012>
글 쓰는 작가들은 원고지 위에서 사상의 나래를 펴서 소설을 탄생시키고,
또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영화의 각본이 된다.
화가들은 캔버스 위에서, 화선지 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서 작품을 탄생시킨다.
상상해 본다.
나는 천 년전에 태어났다면 뭘하고 있었을까?
틀림없이 청자를 만드는 도공이었을 게다.
다른 동료들처럼 아기자기하고 유려한 작업보다는 좀 더 스케일이 크고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도판형태 청자를 빚었을 것이다.
King's Table - 왕의 수라를 만들어서 임금께 받치고 싶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을 하였고 36세의 나이로 일찍 운명을 했을 거다.
천년이 지난 지금 그 도공은 나비를 환생해서 그 때 애써 빚은 청자의 주위를
날개를 퍼덕거리며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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