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자연 / Freedom & Nature
아이리스 카니발에 대한 나의 독백
나의 꽃그림에서 근본이 되는 배경은 자유(自由)스러움과 자연(自然)스러움에 있다고 보아도 좋다.
활짝 핀 꽃들의 형태에 있어서 단아한 아름다움을 주는 꽃보다 금방이라도 탈피해서 나비가 되어 날개 짓하며 날아 올라갈 것만 같은 자유(自由)스러운 형태의 아름다운 꽃이 나는 좋다. 나리나 서양난 중에서 파피오페딜럼, 붓꽃(꽃창포), 자목련 등이 이에 해당 된다. 그 중에 땅이 척박하거나 습기가 많은 늪지대에서도 굴하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는 붓꽃(Iris)은 자유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형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붓꽃 그림만으로 갤러리를 가득 채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꽃을 소재로 한 정물화에 있어서 화병이나 화분 또는 인위적인 물체들을 작가 자신이 요구하는 구도로 배치하여 그리는 것이 통상적 이다. 구도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의 꽃그림에는 화병이나 화분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자연(自然)스러움에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핀 절정의 순간을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꽃그림이 정물화라기보다는 가까운 거리에서 본 꽃 풍경화라고 주장하고 싶다. 자연은 지친 나를 지금껏 존재하게 한 귀중한 안식처와 같기에 배경에 대부분의 화가들이 피하는 녹색을 자주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2년 가까이 사용해 왔던 작업실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요즘 그림의 진척이 없는 것이 나의 게으름 탓인 줄 알면서도 괜히 환경 탓으로 돌리면서 작업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은 기대를 해본다. 캔버스를 정리하면서 과거에 그린 그림들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유치해 보이지만 그 그림을 차마 지우지 못하는 심정은 그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물감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였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또 다음 전시회를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더 그려야 진실된 그림을 그릴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당장이라도 가능하고 그것은 마음가짐에 달렸다.”라고 어느 교수님의 말씀처럼 나의 그림에서 어눌한 붓놀림과 시선을 끌기 위한 강렬한 색채의 대비, 몸에 배어버린 딱딱한 공학적 기질 등의 좋지 못한 습성을 버리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순수한 열정으로 진실한 언어로 표현해야만 좋은 그림을 얻게 될 것임을 명심한다. 2006년 7월 작업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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