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탈의 시작
이도다완은 16세기 중후반 일본에서 새롭게 떠오른 지배계층인 일본 무사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았다. 그릇 바닥에 맺힌 매화꽃 모양의 유방울, 차인들은 이를 매화피(가이라기)라 하여 찻그릇이 지닌 매력의 하나로 여긴다. 가이라기는 본래 노랑가오리를 닮은 상어의 말린 가죽으로서 매화모양의 딱딱한 돌기가 있어 이를 일본도(日本刀)의 칼집과 손잡이를 만드는데 사용되었는데 흔히들 매화피라 불렀다. 전국시대 일본의 무장들은 유방울이 뭉쳐있는 조선의 이도다완을 손에 감싸 쥐었을 때 그 느낌이 마치 칼자루를 쥔 느낌과 너무나 흡사하고 강한 손아귀 힘에 매화피 부분이 뚝뚝 부서져 무사들에게 특별한 정서를 불러일으켜 조선의 다완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유방울은 거칠게 손질한 그릇표면(특히 굽 주변)의 유약이 소성시 불균일하게 뭉치는 현상으로서 옛 그릇들에서는 이런 모습을 흔히 볼수 있다. 유방울 현상은 숙련된 옛사기장들이 지니고 있던 다양한 기교중 하나이며 의도적인 우연의 효과로 탄생된 결과이다. 조선시대 막사발 이도다완은 비대칭에서 오는 심오한 균형과 인간적 감촉, 특히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다완의 굽에는 유약이 몽글몽글 흘려내려 응결해 생긴 매화피는 극치의 한국적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둥근 캔버스의 두께부분을 다완의 굽으로 생각하고 측면과 전면의 가장자리 부분에 매화피의 구불거리는 느낌을 적용시켜 관람자로부터 상상력을 부력시키는 시도를 해봤다. 상감청자의 정교한 문양과 조선시대 막사발의 매화피 굽을 작품에 융합시키는 시도로 단지 두께로만 봐왔던 부분을 지대한 조연 역할의 화면으로 전환시켰다. 평론가와 대화 중에 작품의 테두리에만 있는 울퉁불퉁한 매화피 질감을 화면의 전면으로 끌어와서 다음 전시의 주가 이루도록 해보겠다는 컨셉이 나왔다. 마치 화산이 폭발한 후 속에 응어리졌던 마그마가 다 빠지고 원천의 중앙부로 마그마의 잔해가 다시 흘러들어가는 현상을 상상해 보았다. 중앙부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잔해들은 불규칙하지만 질서있게 산이되고 골이되었고, 무구한 세월이 흘러 다시 흙이 쌓이고 빗물이 흘러 호수가 되고 강이 되었다. 우리의 태초의 맥은 여기에서 부터 시작된다. 아름다운 우리 금수강산... 요즘은 울퉁불퉁한 프랙탈 형태의 금속부식의 표면에 관심이 집중된다. 미리 계산된 의도적인 표현과 예측 가능한 우연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컨트롤이 가능하기에 재밌다. 주제는 항상 그렇듯이 두 가지의 상반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금속부식 표면의 느낌과 정교한 금색 상감의 선이나 점을 통해 유구한 세월의 무덤덤한 기다림과 반짝반짝 빛나며 빠른 속도로 변모하는 현 세태를 동시에 반영한다. 겹겹이 쌓여지는 투터운 질감의 붓질은 자유로우나 멀리서 보면 심포니와 같이 어떤 한 지휘자에 맞추어 질서 있게 마티에르는 율동하고 노래한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나중에 계속 수정...
 일본의 국보가 된 조선막사발 이도다완  철갑상어 종류의 가죽을 말려 가시를 다듬은 상태의 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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