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수만 드로잉전’의 주제는 만났거나 만나고 싶은 예술가이다. 올해 3월초에 일본에서 개인전을 아슬아슬하게 끝내고 무사통과로 귀국했다. 스스로 자가격리를 하면서 가장 간단한 재료를 작업장에 펼쳤다. 캔트지와 만년필로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작업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지겹다고 느꼈을 때는 벌써 두 달이 지난 후였다. 그 때 드로잉이 버릇이 되어 이제는 무료한 시간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드로잉을 하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코로나가 나에게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이 되었다. 그동안 만났던 작가와 미술관계자들을 주로 그렸다. 미술사에 나오는 작가들도 몇몇 그렸다. 작가들은 자유롭다. 아무리 펜데믹으로 행동의 자유로움이 막혀도 전혀 외롭지가 않다. 보고싶은 사람을 그리면 된다. 그 사람을 그릴 때 만큼은 100%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대화한다. 그 때의 느낌이 중요한 것이지, 그 사람과 닮든 안 닮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렸으면 그 초상화는 온전히 그 사람이 된다.
일본 간사이지역의 저명한 평론가 사카우에 요시타로선생의 초상을 몇장 드로잉했다. 그중 한장을 EMS우편으로 보냈다.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 기념으로 생각하시라는 내용의 편지도 동봉했다. 며칠 후에 사카우에선생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 문수만 님
사람은 교만하여 자연을 침범하고 하늘은 분노한다 - 타로
그간 격조하였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저의 초상화를 보내주셔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문선생님이 그려 주실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저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저를 위해 애써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문선생님의 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코로나 소동으로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술계에서도 그 대응을 하느라 큰일이었습니다. 한국은 어떠한지요. 일이 커지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수습되고 평온한 날이 찾아와 문선생님이 일본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시어 만나 뵐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때가 때이니만큼 건강에는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서면으로나마 감사인사 올립니다.
추신
제가 어학이 부족하여 일본어로 편지를 보내드리게 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십시오.
7.8.2020
BB플라자 미술관 - 사카우에 요시타로 」
미술을 하면서 많은 작가와 평론가 그리고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특권 같은 기회를 행운으로 여기며 코로나 시즌이 나에게 안겨준 방법으로 그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