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Le Papillon을 준비하면서...
나비-Le Papillon을 준비하면서...
이 번 작품들은 주로 나비의 오묘한 표정을 담으려 했다. 사람의 얼굴에 무수한 표정이 있듯이 나비에도 표정이 있다. 웃는 나비, 찡그린 나비, 힘센 나비, 우는 나비, 착한 나비... ...
올봄에 전시된 “박제된 자유”는 나비의 생태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정배열로 고정된 나비를 통해서 역설적으로 자유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표현했다면, 이 번 전시는 "박제된 자유"의 연장선상에 있음과 동시에 향후의 자유로운 배열을 바탕으로 한 좀 더 큰 스케일의 작업을 기대하는 암시이다.
향후 자유로운 나비배열의 전시를 위한 전초전으로 나비 몸통에 꽂혀있던 핀을 뽑았다. (관람자는 눈치 채지도, 관심도 없지만...) 바로 전의 개인전 때 일부 테두리 배경이 있는 작품의 구도가 이번에는 주가 되었다.
이 구도에 대해서 조금 언급을 하자면, “싸구려 벽지에 걸린 삼류화가의 그림“ 내 그림을 스스로 비관하여 폄하하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내 작업의 합리화라고 보면 된다.
사연은 나비사진을 찍으러 무주의 곤충박물관을 자주 갔다. 중간에 시골마을의 허름한 식당을 들어갔는데, 때 마침 주인 할머니가 벽에 걸린 액자를 애지중지하게 닦고 있었다. "행복한 눈물"을 보고 있는 미술관의 관장이나 이 허름한 식당에 걸려있는 이발소그림을 대하는 주인 할머니나 진정 그 차이가 무엇이라 말인가? 비록 뒤늦게 그림을 시작했지만, 내 그림도 나를 알아주는 주인을 잘 만나면 저 할머니의 그림처럼 극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허름한 식당의 싸구려벽지에서 배경의 힌트가 되었다. 요즘 배경이 너무 고급스러워져서 탈이지만...
내 그림의 주된 구도는 중간의 여백을 경계로 음과 양으로 나뉜 형태이다. 안 쪽은 여성스러운 그림이라면 바깥쪽은 활기찬 남성적인 화면이다. 작업의 과정상, 나비의 사실적 표현은 적막이 흐르는 정적인 자세라면 배경은 액션페인팅과 같은 동적인 작업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배경은 내 작업에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 공간이다.
하루 종일 점을 찍었는데 날개의 1/4도 완성하지 못한 날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정성이 담긴 작업을 하자. 이젠 나를 보고 화가가 아니라는 사람은 없다. 어릴 적 소중한 작은 꿈 하나가 또 실현되었다.
2009.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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