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많이 새겨진 유기담배합(부산시립박물관 소장)을 모티프로 평면으로 펼쳐 놓았다.
황동판을 두들겨서 뚜껑을 만들고 그 표면에 문양을 세긴 문화재로 섬세함과 문양배열이 아름다움의 극치로 보였다.
비록 궐련을 보관하는 통이지만 마치 예술 혼이 담겨있는 보배와 같았다.
일상의 작은 용기로 쓰였던 물건에도 아름다움을 표현해낸 선조 장인들의 예술 혼이 자랑스럽다.
원작의 애틋한 수고로움을 알기에 본 작품에 수십 번 덧칠하고 깎아내는 과정을 반복하여 오래된 느낌을 표현 하려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이전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 그 오류를 순수하다고 가정하고, 그 순수한 시대로 다시 돌아간다는 이야기(narrative)로 이 작품은 시작되었다. 지구본을 세계지도로 펼쳤을 때 공간의 왜곡이 생긴다. 어떤 대륙은 더 커지고 또는 작아지고 바다 또한 마찬가지다.
선조들이 남기고 간 유물표면에 새겨진 문양의 적극적 재배열과 부분적 창안으로 왜곡의 공간을 매꿔나가는 방식으로 재해석하였다.
이전의 청자작업에서 표면의 집중적 몰두와 마찬가지로 요즘 작업에서도 금속표면에 정교하게 세공된 문양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녹슨 표면에 집중하였다.

 

김홍도가 6명의 화원과 함께 3년간 걸쳐 완성한 정조대왕 화성행차도(원행을묘정리의괘)의 중요한 역사의 현장을 과거로 갈 수 있는 망원경을 통해 보고 싶었다.
임금의 가마와 뒤따르던 어머니 혜경궁 홍씨 가마 그리고 옹주 2명의 가마를 한꺼번에 보기위해 중간의 호위 병사를 주변으로 분산시키고 가마 간의 간격을 줄였다. 원 테두리 끝까지 근접해서 병사들을 배치한 것은 행사의 규모가 훨씬 더 성대한 규모로 이뤄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임금의 가마를 지키는 병사들 숫자보다 어머니 가마의 호위병사가 훨씬 많았던 것은 그대로 반영하였다.
물감을 이용한 상감기법과 나전칠기의 기법을 회화에 적용시켰다.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동기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전시관계로 한달 넘게 있으면서 시내에 있는 ‘군주들의 행진(100미터가 넘는 타일 작품)’을 매일 보면서 우리에게도 더 나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역사미술로 독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